하얀언어
여유와 배려
신아나키스트
2009. 9. 26. 21:08
보름전이였을까.. 퇴근하다가 신호등이 바뀌는 바람에 급히 멈추는 순간, 뒤따르던 차가 내차 뒷 범퍼에 강하게 충격을 가하였다. 소리나 충격의 강도로 봐서 뒷 범퍼가 작지 않게 다쳤으리라는 추측을 하면서도 평소의 생각되로 여유를 가져 보았다. 백미러로 뒷차 운전자를 살펴보니 젊은 아가씨였는데 일어섰다 앉았다, 내릴까 말까,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역력하였다. 일단은 그 분 에게 안심을 갖게 할려고 한참(10 여초)을 기다린 후에 심호흡을 한번하고 굳어졌던 마음을 다스린 다음 미소를 띄면서 차에서 내려섰다. 그 여자 운전자도 곧 바로 내리고는"죄송 합니다" 꾸벅 인사를 하더니 계속 어쩔바를 몰라 한다. 그쪽 차량은 앞 범퍼가 박살나면서 한쪽이 내려 앉았고 라이트가 깨지고.. 제법 많이 상했는데, 내 차는 별로 크게 파손된 곳이 없는것 같아, 쾐찮다고 손짓하며 웃으면서 보내드렸다. 고맙습니다.인사하는 아가씨를 뒤로하고 돌아오며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때 내가 여느 사람들과 똑같이 후닥닥 내려서 얼굴을 붉히고 삿대질하며 핏대를 올렸다면 그 분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별것도 아닌것 가지고 범퍼를 수리해 달라고 하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얌체가 되는것이고... 가슴이 콩딱콩딱 뛰는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며 배려할 수 있는 여유로 다가설 수 있었던 것은 잘한 일이라 생각하다가 아차! 내가 빠뜨린게 있구나 하며 나의 안량한 관용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내가 좀 더 여유를 갖고 그 여자분을 걱정했었다면 아무리 상대가 100% 과실이 있었드래도 상대방의 신체적 안전을 먼저 물어봤어야 하는데 나는 내 차의 파손여부 부터 확인하는 속된 행동을 보인 것이다. 물론, 다친 모습이 아니였을 진 몰라도 "어디 다친데는 없으십니까?" , 그 한마디로 그 사람의 심장이 많이 안정 됐을텐데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