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언어

어머니와 일

신아나키스트 2009. 9. 28. 19:36

 

 

오늘은 85세인 어머니의 생신이다.

고향집에 전화를 드렸더니 밭에 알바를 나가셔서 안계시단다.

예전엔 자식들이 연세드신 어머니가 일하시는 것을 그토록 만류하였지만

끝내 어머니의 고집과 근성을 꺽지 못했다.

집떠난 자식들이 전화로 감시를 하니까 나중엔 자식들 모르게 숨어서 

감귤하우스 밭이며 양배추 농장에 일 나가셨다.

그 뿐만 아니다.

참께 정도는 직접 농사를 짓고 기름을 빼서 여러 자식들한테 후하게 보내주신다.

고령에 일을 못하시게 하는 게 자식의 효자인지,

건강과 말벗들을 찾아 알바일을 계속 하시게 하는 것이 자식된 도리인지

가끔은 헷갈릴때가 있었다.

 

그래도 아직 기력이 정정하시구 돋보기 안쓰고도 바늘에 실을 척척 꿰시는걸

보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어머니를 더 이해하고 위한다면 당신이 좋아서 하시는 일을 무작정

막을 일은 아닌것 같다.

육체적 정신적 건강과 손자 손녀들에게 나눠줄 용돈을  모으는 재미를

지켜드리는 것이 더 어머니를 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듯한 의사였던 남편을 일찍 잃지만 않았어도 여섯 자식을 키우느라

그토록 모진 고생을 하지 않았을텐데...

재가 할 수도 있었을 청상..

아~ 그 세월이 얼마란 말이냐.

 

이제는 그 관성이 몸에 베어 일하지 않고는 몸이 쑤시고 답답해서

무슨일이든 움직여야 살것만 같다는 어머니.

어머니의 굽은 허리와 깊게 패인 주름살을 볼 때마다 미안하고 감사하다.

어머니.

덜도 말고 10년만 더 사세요.

이젠 편안히 일하셔도 됩니다.

어머니...

 

 

2009.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