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언어

사각팬티

신아나키스트 2009. 10. 8. 21:16

 

그저께.

황금연휴 마지막 날..

카트를 끌고 백화점 식품코너를 쇼핑하던 중에

아내가 도움을 청하는 듯한 말을 건넨다.

"어떻게 하지?"

"왜?"

"친구가 여수로 발령나서 오늘 송별 자리를 갖는데 뭘 선물하지?"

"뭘, 선물은... 그냥 술사주는 게 최고지"

"그래두..."

 

그때 번득 스치는 거 하나.

해기의 생일날 어느 친구가 해기한테 선물한 "팬티" 사진이 떠올랐다.

"참, 팬티 어때? 요즘은 속옷 선물도 많이 하나봐"

"그래에? .. 괜찮을까?"

"그러엄, 괜찮지.. 그걸로 해"

 

"요즘은 사각 드렁크 입는 남성 비율이 70%나 된다는데

그 친구 혹 사각팬티 입는 거 아냐?"

"그래에?.. 사각팬티 입는 남자가 그렇게 많어? 에이~ 매력없어"

아내는 나에게 친구의 팬티를 골라달라고 부탁한다.

 

"사이즈가 몇이야?"

"몰라"

"그럼 체중은, 키는?"

"어쩌고 저쩌고.."

"그럼 105로 하면 되겠네."

 

그 친구의 감각과 몸 관리상태 성격들을 물어보니 인간성은 무난한데

세련미가 좀 떨어질 거 같아서 사각팬티로 결정했다.

펄러덩한 아저씨표 대신 짧고 타이트하면서 반투명의 세로 무늬가 반반 직조된

검정색 사각팬티를 골라줬더니 흡족해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이쁘게 포장해달라며 계산하는 아내 얼굴이 어느때 보다 평화롭다.

 

난 언제면 여자친구한테 선물 같은거  한번 받아볼라나.

첨으로 삼각이 사각을 부러워한 날이다.

 

 

2008.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