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언어

코고는 여자

신아나키스트 2009. 10. 11. 19:51

 

샤워소리에 잠에서 깼다.

띠방 카페 번개모임에서 돌아온 아내의 부스럭거림이란 걸 겨우

알아차릴 만큼 깊은 잠 속에 빠져들었나보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5분..

평소보다 늦은 시간인걸보니 그 분위기의 따뜻함이 보통은 넘어선 듯.

 

살며시 옆으로 와 누운 아내가 말을 건넨다.

"자기 자?"

으응, 왜?

"응 다른게 아니고 저 방에 친구가 자고 있어. 술이 너무 취해서 오바이토하고

정신을 못차려서 데리고 왔어."

잘했어. 남자야?

"응"

몇 차 갔어?

"5차"

뭐 뭐 마셨어?

"막걸리에 맥주 소주 양주 다 .. "

분위기 끝내줬겠네?

"응"

몇 명 왔었어?

"열여덟 명"

많이 왔네...

저 친구, 집에서 걱정 안 할까?

"으응 싱글이야."

아침에 해장국이나 끓여줘라 속 쓰릴게다.

"라면끓여주면 되지 뭐"

그래도...

 

 

몇 마디 얘기를 주고 받는데 콧소리가 이상하다.

그새 잠이 들어버렸다.

지도 술은 이기지 못하는 모양이다.

소르륵 소르륵 ~

코고는 소리가 참 이쁘다.

투명하고 착한여자..

 

 

2008.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