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언어

낙엽의 나이

신아나키스트 2010. 7. 1. 21:38

 

나이 먹는 것보다 맛없는 것이 어디 있으랴.

아직도 서먹한 '50'이란 숫자.

남들한테나 달라붙는 풍성껌인줄 알았더니..

그 반갑지 않은 딱지가 나한테까지 찾아온 건 신기한 일이다.

영 기분나쁜 그 '오십'이란 발음이 이젠 제법 혓바닥과 짝짝꿍까지

해대는걸 보면 나의 자연친화력도 형편없지는 않은듯하다.

 

세월 앞에 뻐길만한 묘수가 없다는걸 알기에 미리 항복하고 체념하고

인정해 버린건 잘한 일이다.

그래도 가끔씩 나이 땜에 열뻗칠때면 단골로 찾는 메뉴에 기대보곤 하는데..

"서양나이(만으로) 와 음력"이 그 발버둥의 주소다.

"나 아직 마흔여덟이야!"  ^ ^ 

그런대로 위안받는 궁색함이란...ㅎ

 

누군들 서른아홉과 마흔아홉 고개를 넘길 때

아무렇지 않게 낙엽을 밟았을까마는 난 좀 더 긴 오솔길을 걷었던 거 같다.

 

다시 9년 후 또다른 질감의 오솔길을 타박거릴 때

아나키스트는 어떤 꿈을 꿀까?

 

난 믿는다.

뻥 뚫린 낙엽 구멍사이에 걸린 그리움이니 열정이니,

추상같은 의식이니 하는 상투적 수식어가 헛깨비의 노래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믿지 않는다.

낙엽의 나이가 아홉살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