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 맞고 싶은 날
퇴근한 남자는 기계적으로 옷을 벗었다.
욕실로 가는 통로 화장대 위의 요것 저것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던 그가 멈춰 섰다.
안보이던 거 하나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요건 뭐지?”
까만고 도톰하니 폭신한 거 한 쌍... ??
오호라!
뽕이구나 뽕! (너 잘 걸렸으 ^ ^)
"뽕" 하면 '뽕나무 밭'에서의 러브신 영화나, 과거 의식 있는 연예인들 길들일 때
썼던 '히로뽕' 사건이 생각나기 마련인데, 오늘은 어케된 일인지 "젖"이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마누라는 출근하면서 왜 뽕을 빼놓고 갔을까?"
"더 큰 거 끼우고 갔나?" ...
철없는 남자. 호기심이 발동한다.
알몸을 비추는 거울도 그 남자의 허기(?)를 이해하는지 관망하다말고
같이 행동할 태세다.
한 개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코에 갖다 대고 흥, 흥...
"엥, 근데 이건 뭬야?"
기대했던 내음은 안 나고 웬 감귤냄새??
.........
아항!
"좀 전에 감귤 한 개 까먹을 때 손톱에 묻은 귤향이구나.. ㅎㅎ"
교감신경에 그 어떤 것(?)이 전달되지 않은 남자는 뭔가 개운치 않은 듯
이번에는 그것을 왼쪽 가슴으로 갖다 대 본다.
쪼끄마한 젖꼭지 위에 얹힌 까만 암소 눈 같은 고것이 웃는다.
음매 ~~ ^ ^
거울까지 뒤집어지며 웃자 남자는 후닥닥 욕실로 뛰어가 버렸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남자의 집념은 등에서 피어오르는 김만큼이나 모락거린다.
다시, 흠 흠...
이번에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귤향도 젖내음도...
쩝..
멋쩍어하는 남자,
썰렁한 거실을 나와 뒷 발코니에 들어섰다.
노란 세숫대야에 잠긴 검정 브래지어 한 개가 눈에 들어온다.
그 옆 대야엔 두 아이의 실내화도 사이좋게 자빠져 있다.
뜨거운 물을 틀었다.
솔을 들어 실내화를 거칠게 쓸어댄 다음 브래지어를 손으로 살살 비벼댔다.
늦게 퇴근한 아내가 감동하며 칭찬을 쏟아내자 착한척한 남자는
히죽거리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스꽝스러운 걸 표 안 내긴 했지만
여전히 고프다.
젖이 먹고픈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