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타령
어제 “월435만원 국민연금 받는 부부”라는 제목의
인터넷 기사를 보았다.
부산에 사는 A씨와 부인 B씨가 노령연금 수급을 5년 연기하여
A씨는 월213만원, B씨는 월222만원을 수급 받으며
부부 합계로는 년 5220만원으로 국내 최고액을 수령한다는 내용이다.
그 뉴스 밑의 댓글을 찬찬히 읽어 보았다.
대부분 국민연금 및 연금 수급 연기신청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비꼬는 댓글이 많았는데 나중에는 댓글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다.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라”,
“국민세금으로 공무원연금을 지원하지마라“등
노령연금 최고 수급자에 대한 불똥이 공무원(교사) 연금 수급자들에게로
번졌다.
그 중 한 네티즌은 “교장선생으로 은퇴한 지인 두 부부는 합이 월 750만원
을 받는다“라는 댓글을 달자 그 댓글 밑에는 수십 개의 답글이 달렸다.
한결같이 공무원연금 개혁, 그리고 국민연금과의 통합을 요구하는 내용들이다.
한마디로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불공평하게 공무원들 연금에 투입하지마라”라는
등의 빈정거림이었다.
물론 그분들이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불만을 공무원연금 수급자들에게
솥아 내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다.
십 수 년 혹은 이십 수 년 이상 국민연금을 냈는데 받는 건 고작
47만원, 65만원 밖에 안 되더라는 불만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들어볼
필요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본인들은 용돈 수준의 연금을 받는데 공무원 퇴직자들은
많은 연금을 받는 것에 막무가내로 반대하는 건
누가 봐도 배가 아파서 그렇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밖에 안 된다.
연금액은 가입자가 내야할 납부액과 가입 년 수에 따라 달라진다.
공무원 연금은 일반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정서(?)를 반영하여
2015년 개혁을 단행하였다.(더 내고 덜 받는 내용의)
공무원은 근무연수가 30년 이상이 대부분이지만
국민연금 가입자의 납부기간은 10년에서20년 사이가 가장 많다.
또한 공무원은 본인부담이 국민연금 가입자의 2배나 된다.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가입자와 배우자들은 기초연금
수급대상에서 제외(새 정부 들면, 부부 월 64만원)되는 등
공무원들이 평생 국가에 기여한 정도에 비하면 그다지 큰 수혜를
받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연금수급 불공평의 본질은 공무원연금이 아닌 현행 국민연금 제도에
있음에도 엉뚱한 곳에 화를 푸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노령연금 가입자들도 일부 공무원들만큼 공적연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국민연금 개혁안의 첫 번째 난제인 본인부담금 인상에 반대하지 않고
현행보다 2배를 올리면 간단히 끝난다.
국민들이 이걸 굉장히 싫어하기에 역대 정부에서 국민연금
개혁안을 성공시키지 못하고 표류하는 거 아닌가!
두 번째는 퇴직을 하든, 명퇴를 하든 굶어 죽지 않은 이상
빚을 내서라도 노령연금 가입을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연금보다 수익성 높은 금융상품은 어디에도 없다.
그 다음은 추가납입과 임의계속가입을 하여 조금이라도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를 해야 한다.
여유가 있고 퇴직 후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있는 사람은
연금수급시기를 최대한 연기하여 연금액을 키운다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연금액이 작다고 포기해버리면 국가가 모든 것을 채워주지 않는다.
기본연금조차 빨갱이라 하면서 “적게 내고 많이 받고자 하는 건”
자본주의에 어울리지 않은 생떼이다.
나는 2022년 6월에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종료 되었지만
2024년 7월부터 연금을 수령하기에 3년간을 임의계속가입을
신청하여 납부를 연장하였다.
또한 수급시기가 다가오면 연금수급 연기를 3년 혹은 5년을
연장할 계획이다.
그리하면 개인연금 수령액 빼고도 대충 부산에 있는
A씨 수준이상의 연금을 받게 된다.
(참고로 연금 수령을 1년 연기하면 7.2%에 물가상승 율 약 1,6%
더하여 년8,8% 인상되는 효과를 얻으며 5년을 연기하면 44%를
더 받게 된다, 물론 본인의 건강상태나 경제상황은 고려해야 한다.)
나의 아내 또한 위의 B씨와 같은 설계를 할 가능성이 높기에
용돈연금이니, 과자 값이니 하며 푸념만 할 일은 피할 수 있는 것이다.
현행 노령연금제도가 부실한 건 맞다.
하지만 국민들 스스로 자기 개혁을 할 각오를 갖지 않는다면
국민연금 개혁은 늦어질 수밖에 없고 억지스러운 불만을 잠재우기도
어렵다.
일본은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18,3%로 우리의 2배이며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등도 우리나라의 3배나 많은 공적 보험금을
내고 있다.
작게 내고 많이 받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내 빵은 왜 작으냐고 불만하기보다 큰 빵을 구을 재료와 땔감을
차곡차곡 준비하는 판단과 실천만이 달달한 식단을 꾸밀 수 있음을
알아야한다.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은 국민정서(?)의 유탄을 맞고
시행된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인해 말 못한 불만을 갖고 있음도
헤아려야한다.
균형감 있고 성숙한 시각을 갖은 사람들이 건강한 이유는
배 아플 때마다 상대적 박탈감에 탄식만 하지 않고 제대로 된 약을
처방받기 때문 일게다.
“빨리 나이 들고 싶다”는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미래를 잘 설계한 친구다.
나 역시 빨리 나이 들고 싶다.
아름다운 노년..
흥분되는 건 자기하기 나름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