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말 수난 이대론 안돼 !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10대들의 언어파괴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한자는 물론 특수문자까지 동원해 마치 군사 암호를 연상시키는
신조어들을 경쟁하듯 만들어내고 있다.
10대들 뿐만 아니라, 기성세대까지도 언어 왜곡에 한몫 하는걸 보면,
지난번 국내 3대 인터넷통신의 사용자대표 모임이 사이버 공간에서
허리가 꺽이고 팔다리가 잘려 형체마저 잃어가는 우리 말을 지키기
위한 "성전"에 나선 이유를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녀들이 머리에 부분염색을 하거나, 코나 배꼽에 피어싱(살을 꿰뚫러
악세서리를 다는 것)하는 걸 보고 보수적인 부모들은 심한 질책을 할
것이다.(개성 표현인대도..)
그런대 요즘의 생각없는 부모들은 자신들이 컴맹이 아님을 과시
하려는 경향인지. 10대들의 무분별한 언어파괴를 바로 잡아주기는
커녕, 그 뒤를 어설프게 쫓아가거나, 아니 오히려 더 부추기고 있슴을
흔히 볼 수 있다.
지난 3~4년 동안 '안냐세요'를 거쳐 '안냐세여' 정도에 머물렀던
'안녕하세요'가 '안냐세염'에서 '안냐세욤'까지 진행되기까지는
불과 몇달이 걸리지 않았다.
"방가 방가, 넘 보구시퍼, 걍, 했씀, 조아, 마니, 남친, 어솨여,
추카추카..."들은 그런대로 이쁘게 봐 줄 수가 있다지만, 이 역시도
언어의 사회성에 비추어 볼 때 무책임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란걸 알아야 한다.
언어라는 것이 본인은 가볍게 사용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장난치다 보면 언젠가는 한글로 고착화 되는건 기정 사실이다.
지금 10대들이 흔히 쓰고 있는 아래에 기술된 낱말들이 몇 십년
후에 우리말이 되어 국어사전에 버젖이 수록 된다고 가정해 보라.
" 통장(통신장애), 노딩(나이가 많은), 설녀(서울여자), 딥(집).
열분(여러분), 먀내(미안해), 번애쥬세孝(보내주세요),
2빠이(매우), (-).(-)[퉁퉁부은 눈], !25=I=you(느낌이 좋아요),
△ㅏ ⓡⓐⓝⓖ㉭ㅐ(사랑해), (#_(*_(-.#)_=)_*)[형님 당했습니다]"...
위의 정체불명의 낱말들이 앞으로 우리가 흔히 써야하고 평상어로
사용된다고 가정할 때 이를 반길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본다.
하지만 언어형성이라는 것이 당대에는 느끼지 못할 만큼 서서히
형성되기 때문에 일부의 의지나 노력만으로는 우리말을 바로 잡기가
쉽지 않다. 국어학자나 건강한 지식인들이 이 문제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도 국어의 정통성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자국어가 아닌 영어를 사용하면 벌금을 물리며 불어의
정통성을 지킬려고 애를 쓰고 있고, 중국 대륙에서도 네티즌들이
본국어를 왜곡하거나 외국어로 까발리는 몰상식은 없는데, 유독 우리
국민들은 왜 언어사대주의에 빠져 자기의 미완성을 다르게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으려 하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아직은 다행히도 통신상의 용어만 위험수위를 넘어섰지만 그 흐름이
일상대화 용어에 까지 밀려든다면 세대간의 갈등과 전달체계의 혼란이
가증될 것은 뻔할 일이다. 세대간 의사소통 단절은 물론 또래집단
끼리의 "왕따현상"을 부추기는 우리말 파괴 형상에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나의 염려가 지나친 기우에 불과했으면 좋겠다.
안뇽~~ ^*^ (이정도는 이쁘니까 괜찮겠지?)
2003.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