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언어

아내의 남자친구

신아나키스트 2009. 9. 15. 12:25

 

술과 친구가 그리운 밤이다.

 

부담없는 금요일이어서 그런가?

 

도심의 포장마차에서 팍팍한 세상과 고독을 마시고 싶다.

 

은은한 카페에서 잔잔한 음악 속에 숨어 홀짝이고도 싶다.

 

시끌벅적한 꼼장어집 양철구이판에 둘러앉아 친구의 빈 술잔과

 

가난한 가슴에 소주를 채워주고 싶은 마음 또한 왜 없으랴.

 

그치만 오늘밤은 꽝이다.

 

철없는 꼬맹이 둘을 챙겨야하는 지극히 통속적인 이유 때문이다.

 

아내가 있으면 괜찮지만 오늘은 카페 번개 모임에 나가서 없는 날이다.

 

양띠 띠동갑 카페모임을 부산에서 한다고, 친절한 남자친구가 와서

 

태우고 갔다.

 

잘생기고 키크고 예의바른 그 친구는 언제 봐도 믿음이 간다.

 

솔직히 저런 친구를 둔 아내가 부럽고, 그 카페의 아기자기한

 

분위기와 건강함이 부럽다.

 

나도 예전엔 띠동갑 카페가 있었는데.... 에구 ~~ ^ ^

 

참, 아내 남자친구하니까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결혼하고 한달여쯤 됐을때, 신혼의 단꿈에 빠져 히히덕 대고 있던

 

어느 가을밤에 아내의 남자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지금 포장마차인데 남편이랑 같이 나오라는 것이다.

 

그렇찮아도 입이 긍금하던 차에 잘됐다 싶어 나도 아내따라

 

포장마차로 나갔다.

 

셋이서 주거니 받거니하다가 그 친구의 애인(지금은 그친구의 아내)

 

까지 불러들여 넷이서 행복하게 새벽을 맞았던 기억이 흐뭇하게

 

지나간다. 아직까지도 후덕한 그 친구랑 변함없이 친하게 지내는걸 보면

 

내 아내의 인덕은 나보다 나은것 같다.

 

조금은 적적한 밤....

 

베란다 창문 사이로 들어온 때이른 가을향기가

 

나보고 친구하자며 윙크한다.

 

 

2005.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