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언어
메일
신아나키스트
2009. 9. 15. 21:08
메일을 받았다.
제목은 "화이팅!"
보낸이는 김지산 ....
일곱살박이 내 아들이다.
"아빠, 나 오늘 다음넷 회원 가입했어. 지금 막
아이디 만들었어. 축하해줘"
짜아식~ 축하해주고 말구. 귀여운 내새끼 ^ ^ ...
잠시뒤에 또 한통의 메일이 날아왔다.
제목은 "BBQ"
"아빠, 오늘 저녁에 BBQ치킨 파티 해 주세요"
"그리고 회사에서 돈 많이 벌어서 누나(9살) 소원(주택으로 이사가서
강아지 키울 수 있게 해주는 것.) 이루워지게 해주세요."
또 답장을 해줬다.
"알았어, 기다려. 누나랑 사이좋게 지내구..."
알토란 같은 꼬맹이 아들과 사십대 중반이 되버린 아빠의 교감앞에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자태를 뽑내던 가을의 수채화도
잠시 그 잔인함을 숙인다.
2004.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