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트지 않은 새벽..
알로카시아가 무너졌다.
끔찍이 아꼈던 나에 아열대 친구.
내 허벅지 만한 굵기에 3.5 미터나 되는 너의 장대함은
나의 자존심이었고 침묵을 즐기지 않은 나에 벗이었거늘.
우산만한 잎줄기 몇개가 그리도 버거웠단 말이냐.
스스로의 무게에 못이겨 우지끈~ 꺽인 모가지에서 넘쳐흐르는
수액은 어찌 그리도 지난 봄날 거리의 눈물과 닮았느냐.
식물원을 쇼핑하다 삼십만 원 주고 반강제로 훔쳐온 너와의 만남은
참 행복하였네라.
거실 한구석에서 싱싱싱 눈맞춘 지난 3년.
나에게 산소를 주고 희망을 주고 미래의 동반과 사색의 교감을
주고받았던 너.
너의 그 푸릇푸릇한 기개가 아직도 집 안 가득 뻗쳐 있건만
반동의 시대에 바보 같은 대나무가 무참히 밟힌것 처럼,
야만의 시대에 들풀이 허무히 누인 것 처럼
유방 같은 천정에 아슬아슬 키스하던 너 조차 느닷없이 그렇게
꺽이고 말았구나.
쩌벅 쩌벅.. 가을이 걸어오는 소리 들리느냐.
또다시 잔인한 계절이 오면 나는 어찌 견디란 말이냐.
너의 향수를 끄집어내랴?
술을 불러오랴?
인문학의 죽음만큼이나 무감각한 막장 사회에 알로카시아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