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을 지나다 눈에 들어오는 글자 하나.
"블루밍"
강변 아파트 측면 벽에 새겨진 브랜드 명이다.
십수년간 '벽산'으로 찍혀져 있었는데 언제부터 블루밍을 바뀌었지??
그 옆의 아파트 역시 언제부터인가 '대우'에서 "푸르지오"로 포장했고,
'현대'는 " I' PARK "로 둔갑했다.
주택시장 가치를 교란하는 브랜드 바꾸기가 현행법상
엄연한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짝퉁 유명브랜드 간판으로 갈아치운
당사자들은 어떤 안정된 심리를 얻을까?
겉포장에 의존하는자기만족일까?
아니면 속아주기를 바라는 순진한 마음일까?
외벽의 페인트 글자체 하나 바뀐다해서 주거 공간이 업그레이드 될려나..
"트윙키" (twinkie)란 말이 생각난다.
스스로 미국인이라 느끼고 행동하는 아시아계를 일컫는 말로
재미동포 2,3세 사이에서 널리 쓰여지는 말이다.
본래의 뜻은 겉은 노란 케이크지만 속은 흰 아이스크림으로 차있는
미국의 유명한 과자이름이다.
한국 이민 2,3세들이 죽어라고 본토 흉내를 낸다해서 그들이
백인으로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 사대적 의식이 남아 있을수록 주류사회에 편입될 가능성은
더욱 요원한 거 아닐까.
내용은 다듬지 않고 겉 포장에 의존하는 자는 결코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없다. 설령 그럴싸하게 봐 준다해도 그건 후진 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허스름한 초가집에 살면서도 집안에 책 냄새가 널리 퍼져있고
마루 한구석 화분 옆에 구피 몇 마리가 헤엄치고 있으면 이보다
평화롭고 고급스런 주거공간이 어디있으랴.
참, 거기다가 시사주간지 몇 권 널브러져 있고 음악회 카달로그까지
끼고 사는 일상이라면 어느 누가 그 집주인을 촌놈으로 간주할까.
후즐근한 팬티에 화려한 자켓을 걸친 고만고만한 속물들의 개념없는
외출보다 자기 취향에 맞는 세련된 속옷에 좀 덜 고급스런 외투를 입은
향고운 나들이가 더 우아한 거 아닐까?
알맹이에 자신있는 사람은 껍데기 따위에 시선을 주지 않는다.
바보꽃의 짝퉁 정도면 몰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