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언어

리플 저널리즘

신아나키스트 2010. 4. 3. 23:48

 

 

작년,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 한 편을 싣을 적이 있다.

"버자이너 모놀로그"

제목이 파격이라서 그런가.

반응이 극과 극이다.

'토론할 수 있는 양질의 글을 올려줘서 고맙다'는 댓글에서부터

'저질스런 글'이라는 비판도 줄을 이었다.

한 회원은 아예 '소피스트'란 제목의 글을 올려 나의 글을

본격적으로 비난하였다.

나의 글이 "궤변"이라는 것이다.

정말 내글이 저질스런 궤변일까?

다시 한번 내 글을 읽어 보았다.

아무리 읽어도 건강하지 못한 데가 한군데도 없는 퍽 매력적인

글로 다가온다.

난 별 대응은 안했지만 맘속으로 그 커뮤니티에 절필을 선언했다.

 

글쓴이가 시사하는 전체적인 숲은 보지않고 통속적인 나무만 보는

사람들을 보면 참 아쉽다.

어쩌다가 자극적인 단어나 글쓴이의 실수라도 포착되면 놓치지 않고

끌어다가 집중 난도질하는 네티즌들을 대할 때면 연민의 정까지 느끼게 된다.

 

주어진 소재에 대해 호의적인 리플이나 건설적인 토론이 주어지는 것은

권장할만한 일이지만 상대를 공격하고 흠집 내기 위한, 비판을 위한 비평은

자제되어야하지 않을까?

카네기 처세술에서 제일 먼저 나오는 "비평을 하지 말자"라는 양념을

왜 그리도 거꾸로 써먹는지 모르겠다.

 

인터넷 시사뉴스 밑에 달린 리플들을 보면 참 가관이다.

어떻게 사람의 머리에서 저렇게 살인적인 악담이 나오는 지 소름이

돋을 정도이다.

내편이 아니면, 그리고 내 입맛에 안맞으면 그 글의 내용과 상관없이

"적"으로 간주하는 편협된 접근법과 그네들의 문화가 슬프다.

나와 다른 생각을 "다름"으로 소화해내지 못하고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단세포적 네티즌들에게서 '리플 저널리즘'을 기대하는건 순진한 것일까.

 

내생각과 다르거나 불만족스러우면 '침묵'하면 그만이다.

굳이 상대의 세계관과 인격에 헷고지를 할 필요가 있을까?

스켄달에 시달리는 연예인에게, 슬픔에 잠겨있는 유족에게,

혹은 음모와 박해를 받고 있는 정치적 약자에게 아무 생각없이 던진

돌멩이를 주어담는 일이 그렇게도 힘든 일일까.

 

나는 내 글에 공감하는 리플을 달아주는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예민한 글이라도 내가 의도하는 시사성을 찾아내 주고 제대로 읽어주는

분을 보면 참 고맙다.

간간이 서핑의 골목에서 마주치는 가슴의 높이가 같은 사람,

상식의 기울기가 비숫한 사람의 글을 발견하는건 행운이지만

대개는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눈에 거슬리는 쾨쾨한 글에도 일그러지지 않은 표정을 짓는 훈련..

아무리 넘쳐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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