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지나간 사회적 잇슈들을 들춰 보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오늘은 수년전 중학교 미술교사 김인규 부부의 벌거벗은 사진이
그의 홈페이지에 실려 경찰이 긴급체포하고 사회적 논락거리가 됬던
그 사건에 눈길을 모닸다.
인터넷에 들어가 문제의 사진을 보았다.
벗고 찍었다는 것만 빼고는 증명사진처럼 딱딱한 표정이어서 삭막했다.
네티즌들이 그 사진으로 인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말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자연수수 했다. 음란하지 않은 알몸에 음란하게 반응하는
사회가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질 뿐이다.
몸매다듬기와 살빼기가 신흥종교처럼 번져가고 있는 세상에서
아이 셋을 키우며 네번째 아이를 임신하고 집안일과 직업으로
고단한 삶을 사느라 몸매만들기라는 이 시대의 '종교활동'을 해본 적이
없어보이는 임신한 아내의 몸, 그리고 스승의 날 구두티켓 선물을 받고
자책하고, 교사생활과 예술가로서의 삶을 양립시키며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
정신의 흔적이 남편의 몸과 홈페이지에 들어있었다.
정지용의 '향수'에 나오는 사시사철 맨발인, 이쁠것도 없고 그저그런
아내의 모습 그대로였다.
우리나라 해변에는 모델처럼 쭉빠진 여자들만 비키니를 입고 보통
아주머니들은 어떻게 하면 몸을 드러내지 않을까 꽁꽁 싸메는것
또한 현실이다.
한몸매하지 않은 몸을 드러내는 것은 마치 죄악이라도 되는 것처럼
우리 몸을 왜곡하고 학대하게 만드는 사회 풍조에서 우리 모두
자유롭지 못한것 또한 사실이다.
현대미술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시대정신의 표현이며, 시대의 징후를 민감하게 붙잡아
일상에 충격을 주고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과 시회를 성찰할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닌가.
모나리자의 얼굴에 수염을 그려넣거나 미국 국기에 되새긴 마릴린 먼로
변기가 그대로 전시회에 등장하고 그런 작품들이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되고 있고, 故 백남준은 30여년전에 첼리스트의 우아한
드레스를 벗겨내리며 그 등짝에서 첼로를 켠적도 있다.
거기에서 무엇을 볼 것인지는 전적으로 관객과 사회의 몫인 것이다.
김인규씨는 부부의 몸을 세상에 드러냄으로써 이 시대에 비상식적이고
부자연스러운것과 맞서는 것으로 난 해석한다.
나는 그것을 몸매만들기에 대한 통쾌하고도 통렬한 문제제기라고 보고 싶다.
먹을 것이 부족한 사회라면 풍만한 몸이 인기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풍요의 시대다. 뚱뚱함은 실패와 좌절, 가난의 상징이고
멋진 몸은 성공과 부를 상징하는게 현실이다.
학창시절에 특별한 선생님을 만난다는 것은 축복이다. 학생들에게
일단 충격적이지만 우리의 정신은 충격을 통해서 고양되고 세계는
확장되는 것이 아닐까싶다. 교사 부부의 벌거벗은 사진이 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었으리라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벌써 학생들은
이 사건과 그 사진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을것이고, 그만큼
성장했으리라 본다. 아마도 그들은 사람의 벌거벗은 몸에 대해
음란한 생각만 하는 어른들로 자라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