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언어

아나키즘

신아나키스트 2009. 9. 21. 12:18

 

친구들이 간혹 말을 건다.
'아나키스트'가 뭔 뜻이냐구...
으응~ 그건.. "일체의 권력에 저항하는 자유를 사랑하는 인본주의자야"
라고 힘주어 말한다.

'무정부주의'로 흔히 풀이되는 아나키즘은 원래, 그리스말에서 반대를
뜻하는 안(an)과 권위적인 통치를 뜻하는 아르코스(archos)를 합친
용어다. 권력에 저항하며 진정한 자유를 지향하는 의미를 내포하지만
유독 이땅에선 곡해된 측면이 없지 않은게 사실이다.

그것은 아마 진정한 인간공동체를 지향하는 인본적 성격과는 별개로
일제시대 과격 테러리스트(독립투사)의 이미지가 그늘을 드리우고 있기
때문일게다.

'일본'하니까 생각나는 아나키스트가 있다.
그이름 가네코 후미코! ....
식민지 조선을 사랑했고 일천황제를 폭거한 일본제국의
여성 아나키스트다.
무정부주의적 독립운동가인 한국인 박열의 아내이기도 한 가네코 후미코
는 전투적 아나키스트로 근대 일본의 뿌리를 지탱하는 천황제를 향해
돌진했던 이념가이자 투사였다. 그녀는 결국 1920년대 초 사형선고를
받고 형무소 수감생활을 하다 무기징역으로 감형을 받자, 23세에
목을 메 자살한 불꽃같은 사상가이다.

이와 비숫한 시기에 유럽에선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이란
사상가가 아나키즘 운동의 일급 지도자로서 활약했다.
19세기말, 크로포트킨은 정교한 아나키즘 이론체계를 바탕으로
광범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살려 마르코스주의와 대등한 이념을
축조했다.

국내 아나키즘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인물로는 역시 "박홍규"
영남대 교수가 아닌듯 싶다. 그는 아나키즘의 세가지 기본정신으로
'개인의 자유'. '사회의 자치', '자연과의 공존'을 강조하는 지식인
이다. 부조리의 작가이자 스스로 아나키스트라고 자처하는 "카뮈"와
불안과 고독의 작가 "카프카"의 정치적, 실천적 삶과 그 맥락을 같이
하는 박홍규 교수의 아나키즘적 활력은 예리한 맛을 풍기고도 남는다.

지지난해 부산대에서 열린 한국아나키즘학회에서 "아나키즘은 이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정신"이며, "뭇 사상중의 하나가 아니라
거대한 세계관임"을 드러내 보였다.

국가권력의 장악이나 소극적인 무정부주의가 아닌, 더 많은 민주주의와
적극적인 무정부주의를 의미하는 한국 아나키즘의 흐름은 이제,
생태주의와 결합한 에코아나키즘과 문화아나키즘의 경향으로 흐르고
있는게 현주소다.

한시적인 아나키스트로 머물고자 했던 나의 안일한 머리속에
영원한 아나키스트로서의 반짝임이 자릴 잡을지는, 글쎄..지켜볼 일이다.

 

 

2006.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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