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두살박이 아기를 태운 유모차 바퀴가 에스컬레이터 옆면 틈새에
끼어버린것이다.
타당 타당 탕탕탕!!
어 어 어...
쇼핑객들의 멍한 소리와 아이 엄마의 비명소리에 백화점은 일순간에
아수라장이다.
아기를 태운 유모차는 에스컬레이터 옆 면에 끼어 정지된 상태로
뒤틀리며 부셔져가고, 태연하기만한 에스컬레이터는 멈출줄 모른다.
넓이가 한 뼘쯤되는 에스컬레이터 옆면의 날카로운 스텐레스 철판이 어른 키 길이 만큼
뜯겨져 나오면서 뱀이 혀를 내밀고 메뚜기 삼킬듯한 기세로 유모차를 휘감는다.
에스컬레이터에 승차했던 쇼핑객들은 혼비백산 위층으로 달아나고 아래층에 있던
사람들은 우르르 몰려들어 구경만 한다.
아기 엄마만 경기를 일으키듯 유모차를 부여잡고 비명을 지른다.
아아악~ !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내딛기 전에 내 눈 앞에서 벌어진 광경이다.
찰라에 머리를 스치는 것 하나. 아이가 위험하다는 것이다.
앞 뒤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후닥닥 에스컬레이터로 뛰어들었다.
유모차 위쪽 계단에 발을 착지하고는 잽싸게 아기를 안아 올렸다.
그런데 아기의 오른발이 유모차 발 안장 고리(천으로 된 넓은 끈)에 걸려
안빠지는 것이다.
몇번을 땡겼는데도 발이 안빠진다.
주먹만한 발안장 고리가 한바퀴 꼬이면서 애기 발을 동여맸기때문이다.
팔을 바꿔 오른팔로 애를 안고 왼손으로 아기 발을 옆으로 돌리니 그제서야
겨우 빠졌다.
그 와중에도 에스컬레이터는 계속 가동 중이고, 유모차는 정지된 상태로
요동쳐서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제자리 뛰기를 하며 아기를 겨우 꺼내고 나니, 이번에는 내가
유모차에 정강이가 걸려 껴안은 아기와 함께 밑으로 꼬꾸라진다.
둘 다 위험한 순간 백화점 남자 직원이 뛰어들어 나의 가슴을 양 손바닥으로
지지해 줬다.
단 일초만 늦었어도 나의 상체가 유모차 위를 덮치며 밑으로 꼬구라졌을 상황이었다.
(아기를 안았기 때문에 손을 짚을 수 없었고 다리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그 때 누군가가 에스컬레이터의 비상스위치를 눌렀는지 기계가 멈춰섰다.
상황 끝이다.
큰 탈 없이 순간의 소란은 웅성거리면서 조용히 끝이 났다.
불행한 일이 일어 날 수 있었던 상황에서 나의 발빠른 움직임을 구경만 할 수밖에
없었던 아내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묻는다.
"괜찮아?"
어~ 괜찮아.
그제서야 하얗게 질려있던 아이 엄마도 고맙다며 머리를 조아리신다.
아기는 건재함을 과시하듯 우렁차게 노랠 불러된다. 우아앙~
유모차는 너덜너덜 박살이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는데 오른쪽 정강이 부위가 엉망이다.
피멍들고 긁키고..
밤새 욱신거렸지만 마음은 푹신이다.
200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