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출근길에수영장에 들렀다.
사우나와 목욕탕을 겸한 샤워장엔, 출근을 앞둔
벌거벗은 군상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한쪽 구석에 벌렁 드러누운 중년 남자의 나체.
바닥에 주저앉아 샴푸로 머리는 박박 부비는 직장인.
등 전체에 용 문신을 한 왕년의 조폭.
축 늘어진 살코기로 남성을 덮은 배불뚝이 아저씨.
군더더기 하나없이 잘 다듬어진 조각상 같은 30대 남자 ......
그중에서도 오늘 아침에 내 눈에 들어온 아름다운 나신은
다름아닌, 때미는 두 남자였다.
5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아버지의 등을 정성껏 밀어주는
20대 후반의 아들 모습이 얼마나 이쁘던지...
장성한 아들에게 등을 내민 아버지의 얼굴엔 가족의 사랑과
행복이 그대로 묻어나 보인다.
나이가 들면서 가족들끼리 점차 떨어져 지내고자 하는 요즘 세태에
엄마와 딸, 아빠와 아들, 그리고 부부끼리 욕실에서 서로의 몸을
씻기우며 간지럽히는 풍경은 생각만해도 흐뭇하다.
어쩌면 서먹할 수도 있는 다 큰 자식들과 자연스럽게 만지며
때를 밀어주는 일.
어떤가? 가족들끼리 때미는 날을 정해보는 것....
2003.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