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따라 꼬맹이 둘 데리고
할인마트에 갔다.
몇일 전부터 슬리퍼 슬리퍼 외치던
작은놈 원성 못이겨 신발 코너를 찾았다.
백구십오밀리 사이즈 요것 저것 만지작거려 보고는
맘에 맞는거 없다며 입이 뾰토롱이다.
젖내나는 꼬마의 슬리퍼 패션에 감당못한 엄마가 꼬신다.
지산아, 그럼 선그라스는 어때?
눈이 번쩍!
누나까지 반짝이다.
후닥딱 뛰어간 두 아이.
요것저것 열가지도 넘게 써보고 거울보고 날리굿이다.
누나는 보라색, 동생은 갈색으로 낙착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을향기의 짓누룸 때문일까?
아님, 어제 걸친 맥주의 거품 때문일까?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어찌 좀 무겁다.
평소보다 가볍게 일어난 두아이,
엄마의 말에 고분고분 식탁으로 가 앉는다.
아빠 회사 다녀올께에~
하고 쳐다보니,
두아이 모두 선그라스끼고 씩씩하게 밥을 먹는다.
2003.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