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언어

거국적 왕따

신아나키스트 2009. 9. 25. 18:57

 

 

그 옛날 나의 사춘기에 꿈꾸던

사랑의 꿈은 깨어지고

여기 나의 25세 젊음을

파열 해 가는 수술대 위에서

내 청춘을 통곡하며 누워있노라

장래 손자를 보겠다던 어머니의 모습...

내 수술대 위에서 아물거린다.

정관을 차단하는 차가운 메스가

내 국부에 닿을 때....

모래알처럼 번성하라던

신의 섭리를 역행하는 메스를 보고

지하의 히포크라테스는

오늘도 통곡한다.

.....................................................................

윗 시는 소록도 국립병원(한센병 전문) 수술실에서 조무원으로 일했던
이세용씨( 현재, 국제 앰네스트 인권위원)가 과거 정부당국의
한센병환자들에게 강제적으로 단종(정관절제)수술을 단행한 반인륜적
만행을 목격한 후, 어느 한센병단종환자가 쓴 시를 앰네스티 월간지에
소개한 것이다.

1873년 노르웨이의 의학자 한센박사가 나균을 발견한 후, 한센병은
유전병도 아니고 천형의 병도 아닌 전염력이 미약한 제3군에 속하는
전염병으로, 라팜피신 600mg을 한번만 투약해도 전염성을 상실하는
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국내에서 한센가족들에게 자행된
인권침해 사례는 상상을 초월한다.

해방이후 소록도에서 있었던 나병환자 84인 학살사건과, 57년 경남
사천시 서포면 비토리섬에서 있었던 26명 학살사건 역시 빙산에 일각
일 뿐.

소록도에서 840명이 단종수술을 강제로 받으면서 수술대 위에 올려진
버림받은 젊은 문둥병환자들의 심정은 얼마나 참담했을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자식을 가질 권리조차 국가가 강제했던 이 나라.

어제(5/16일) 제 6회 전국한센가족의 날을 맞아 한승수 국무총리가 소록도를 찾아

그동안의 차별을 형식적으로 사과했다지만 과연 수십년동안 사회적 냉대를

받아온 그들의 가슴 깊은 상처가 치유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평생을 음지에서 슬픔과 한을 품고 살았던 한센병환자들과 그의 가족들이여~~
그대들의 상처받고 버림받은 영혼에 비한센병환자인 아나키스트가

늦게나마 참회의 눈물 바치옵니다.

진심으로....

 

2009.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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