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언어

착한 꽃

신아나키스트 2009. 9. 27. 21:52

 

 

몇 해 전 울산 지역카페(386세대)의 한 회원과 친하게 지낸 적이 있었다.

닉은 "레몬", 나이는 나와 동갑네기...

모 방송국에서 음악 관련일을 하다 같은 방송국 기자와 결혼한 미모의 여성이다.

카페 운영자였던 그녀와 난 회원의 관계에서 점차 친구사이로 발전해간다.

내 와이프랑 셋이서 새벽까지 술마시기도하고 가족끼리 2박3일 코스의 여행을

숱하게도 다녀왔는데, 지금은 아내와 그 친구, 그리고  그의 여동생들과 함께

자매 같이 지내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어쩌다 셋(아내와 나, 친구)이서 스탠드바에 술마시려 갈때면 아내는 나를 꼭 가운데 앉힌다.

왼쪽엔 착한 아내, 오른쪽엔 반듯한 친구...

이 보다 더한 술맛이 어딨으랴.

 

한번은 카페 정모 뒤 2차 뒷풀이에서 회원들과 '남자의 몸과 털'에 대해서

토론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내가 "난 보기 답지 않게 몸에 털이 많은 편이야"하니까

그녀가 불쑥 "난 아나키스트 가슴에 털 봤어"라고 한다.

엥!! 이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

내 알몸을 봤다니?

몇초를 생각하고 나서야 감이 잡혀서 "아~~ 호텔에서~" 하니까.

웃으며 '끄덕끄덕' ...

 

맞는 말이어서 더 이상 부연설명을 하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혹시,

다른 회원들이 호텔방에서 그녀가 내 알몸을 봤다는걸로 이해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배시시 웃음이 새어 나온다. ^ ^

휴양지(주로 해운대 )의 호텔에 머물때면 가족들과 실내 수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었고, 식사도 그 녀 가족과 함께 수영복 차림으로

수영장 내에서 시켜 먹었던 시간이 많았기에 그 친구가 자연스럽게 나의 몸을

볼 기회가 많았던건 사실이다.

 

몇 해 전 12월 마지막 날이었던가보다.

그날도 셋이 뭉쳐 모처럼 나이트 클럽으로 향했다.

들어가면서 두 여자에게  "능력있으면 부킹해" .. 라고 하니 둘다 " 알았스"..한다.

신나게 춤추며 마시다 잠깐 화장실 갔다가 돌아오는데 그새 젊은 오빠

둘이 우리 테이블로 가 부킹을 시도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다음엔 와이프와 그녀가 오우케이~  한모양인지 곧 바로 합석을 한다.

넷이서 싱글벙글 하하호호 술잔을 주고 받는 모습이 영락없이 부킹이

성사된 그림이라서 도저히 그네들의 자리에 낄 수가 없어

클럽 홀 주변만 뺑뺑 돌았다.

 

화장실과 홀 구석 빈 테이블에 앉아 머물기를 한시간 남짓..

연말의 뜨거운 분위기 속에 그네들의 화합의 시간은 끝낼 줄을 모른다.

멀리서 지켜보니 가관이다.

디스코에 부르스 타임... 그리고 자리에 앉으면 넷이서 위하여! ..

어찌 저리도 좋을까.

욕심 같아서는 나도 저들 틈에 끼어들어 같이 어울리고 싶었지만 네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닌거 같아 휴대폰을 때렸다.

"밖에서 기다릴테니 편안하게 놀다 나와".

 

밖으로 나와 포장마차에 앉아 오뎅 국물을 먹으며 얼마나 기다렸나.

한참을 지나서야 클럽 밖으로 나온 그녀들 얼굴에 핀 꽃 좀 보소.

예사롭지 않게 화알짝  핀 꽃.

팔장끼고 걸어가는 두 여자의 엉덩이에까지 흔들리는 꽃이 피드라.

 

 

2009.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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