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언어

노래방

신아나키스트 2009. 10. 2. 12:17

 

아나키스트가 친구들에 이끌려 노래방에 가는 횟수는 일년에 한두번 정도.

보통의 중년 남자들이 노래방에 가는 횟수는 한달에 한두번 꼴..

내가 노래방을 싫어하는 이유는 '노래'자체를 싫어해서가 아니다.

2차 장소로 의례히 노래방을 향하는 남자들의 발걸음이 너무 뻔해서 그렇다.

"또 노래방이야? " 라고 물으면,

"그럼 노래방 말고 어디 갈 데가 있어?"라는 일행들의 눈빛..

침묵으로 따라가는 게 상책이다.

 

노래방에 들어서면 책에 나온대로 기계적으로 삐삐 아줌마(도우미)를 부른다.

그리고는 히히덕.. 쪼물락.. 난리부르스다...

노래 한 곡 하라고 등떠밀어놓고는 정작 부를때면 노래는 안듣고

자기가 부를 곡을 찾느라 책장 넘기는 소리가 요란하다.

심심찮게 벌어지는 추태에 반변태적 영업행위는 역겨움을 넘어

서글픔으로 다가온다

 

가장 낭만적이고 생산적이어야 할 밤의 문화를 단색으로 칠해나가는

좀비들의 행진과 무용담들은 이제 공교육의 현주소 만큼이나

천편일률적이 돼 버렸다.

"밤"... 그리고 남자들의 놀이문화...

 전세라도 낸 듯 완벽하게 한쪽으로 치우치는 노래방 문화..

수요와 공급.. 갑과 을과의 싱거운 동거..

과연 맛있을까? 정말 균형있는 흐름일까?

 

오늘 점심시간.. 

회사 휴게실 한구석에 어젯밤의 무용담(노래방에서의)을 즐기는

일단의 무리들이 포착되는 순간, 수년전 내가 일갈한 "호스트빠를 허하라!"라는

글 내용이 다시 목구멍으로 올라왔다.

그래고 내밷었다.

"이젠 한국의 노래시장에서도 남자 도우미를 도입하면 어떠냐"라구..

"남편들이 밖에 나가서 젊은 삐삐 아줌마들과 희희덕 거리듯

전업주부들도 남자 영계 도우미들을 옆에 끼고 스트레스를 풀며

맘껏 놀 수 있어야 형평에 맞는 세상 아니냐구?"

그러자 그 조무래기들 한결같이 눈이 휘둥그래지며

"에이 그러면 안돼죠. 말세도 아닌데 어디 여자들이....."

 

또 내 성질이 작동한다.

"그래?"

" 그럼 남자들은 되고 여자들은 안 되구? .."

"룸싸롱은 합법이구 호스트빠는 단속대상이구?"

"여성 도우미는 오케바리구, 남자도우미는 지랄염병이구?"

" 거 참 대단한 법치국가네" ..

 

대~ 한 민 국 ♪ 짝짝짝 짝짝 .

 

 

2009.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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