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가 되니 아이들과의 이야깃거리가 많아졌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과 2학년인 아들은 요즘 새로 바뀐 선생님이며
짝지 자랑을 밥상 위에 자주 올려 놓는다.
딸아이의 짝지는 같은 아파트 옆 동에 사는 여자 아이인데
극심한 정신지체장애아다.
혼자서는 화장실 이용도 제대로 못하고 하굣길에는 집도 제대로 못 찾아가는
아이이다.
그래서 그 아이의 짝지는 그 애를 학교생활에서부터 집에 데려다 주기까지
모든 일을 일일이 챙기며 보살펴 주어야 한다.
학습에도 방해가되고 늘 신경을 써줘야 하는 까닭에, 지금까지 그 아이의
짝지 엄마들은 학교에 찾아가서 자기 아이의 짝지를 바꿔달라며 항의했었다는
소문을 예전부터 듣고 있었던 터다.
딸아이가 늘어놓는 짝지 이야기를 듣고 내 가슴에 신호가 왔다.
"옳지!"
"나의 아이가 사회적 약자와 친해질수 있고, 어릴적 부터 이웃과 친구에게
올바른 사랑을 배우며 베풀수 있게 되었구나." ...
이런 기회를 얻는건 분명 행운이고, 내 아이에게 내린 좋은 선물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딸 아이 역시 자기가 잘 돌보면 문제없다며 싱글벙글이다.
아내 또한 잘 된 일이라며 학교생활 잘할 수 있도록 보살펴 주라고 딸에게
격려해준다.
내 마음속 가훈인 "살며 사랑하며 더불어...."를 실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준 다현이 담임 선생님의 배려에 고마움이 느껴지는 날이다.
200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