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길 가끔씩 걸려오는 딸아이의 전화.
" 아빠 ! 올 때 순대 사와. 알았지! "
응, 알았어. 얼마어치 사고갈까? ,
" 어~ 이천원 "
이렇듯 흐뭇한 전화를 끊고 나면 곧바로 향하는데가 있다.
나의 단골집이다.
아니, 단골집이라기보단 그냥 포장마차라고 부르는게 맞겠다.
동네 골목 어귀에 초라하게 자리잡은 붉은색 천막으로 꾸며진
조그마한 리어카 포장마차다.
그곳에 가면 맛깔스러운 먹거리가 처절하게 주인들을 기다린다.
순대와 오뎅, 떡뽑기, 뿡어빵....
그리고 맘씨 곱고 미소 맑은 아줌마..
뭐하나 버릴게 없는 정겨운 곳이다.
" 순대 3천원어지 주세요 " 하면 한 5천원어지 만큼 두툼하게 썰어주신다.
2년 넘게 들락거린 탓에 이젠 내 아이들과 아내마저도 자연스레
그 아줌마와 친해졌다.
동네 코흘리게 아이들부터 무거운 가방을 맨 중학생들하며
시장바구니를 둔 동네 아주머니들까지 가다 오다 들르는 그 포장마차가
오늘부터 10일동안 문을 닫는단다.
10월 14일 부터 울산에서 치러지는 '전국체전행사' 땜에 울산시에서
그 기간에는 장사를 하지말라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행정단속인 셈이다.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저소득층들에겐 치명적인 조치가 아닐수 없다.
영세상인들의 상권 활성화를 보장해 주지는 못 할 망정
서민들의 먹거리 공간마저도 도시미관과 울산시의 이미지에 해가 된다는
해괴한 이유로 서민들의 치열한 삶을 열흘씩이나 묶어 버리는
타성적 행정지도에 버럭 화가 난다.
도대체 뉘를 위한 축체이고 무엇을 위한 체전인가?
재래시장 골목길, 시골 할머니들이 푸성귀를 깔아 놓고 장사하는 풍경 또한
그들이 말하는 도시미관을 해치는 일일까?
서민들이 바둥대는 삶 앞에, 형이하학적인 도시미관 잣대를 들이대는것은
사치일 뿐이다. 가장 역동적이고 살맛 풍기는 문화도시를
보여주고 싶었더라면 순대철학의 아름다움 부터 깨우치는게 순서일듯 싶다.
2005.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