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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부적 제국의 위기

신아나키스트 2009. 9. 14. 12:29

불과 10년 전만 해도 미국의 제죽주의를 부정적으로 논하는 지식인들은

모두 좌익으로 분류됐었다. 그만큼 미국의 '제국성'은 오랫동안 부정되어

온 것이다. 그것은 유럽의 제국성과 차별화하기 위해 '미국의 예외주의'라는

개념을 통해 낭만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 사회에서 제국이란 단어는 하나의 유행어가

되어 버렸다.이제 미국인들은 제국이란 단어를 서슴없이 사용하고

있다. 미국사회가 이처럼 스스로의 '제국성'을 인정하는것은

두가지 관점에서 접근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이른바 '네오콘'이라는 신보수 진영의 전략이다. 그들은 이제

미제국성을 동성애처럼 부정하고 감출것이 아니라 마치 성적 취양을

공개하듯이 적극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역사 발전을 위해 백인의 책임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다른 논리는 간접적 방식으로 제국성을 인정하는 것인데...

제국성이란 기본적으로 미국의 헌법정신에 위해되므로 이를 적극적으로

인정할 수는 없지만 미국이 세계질서와 평화를 위해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런 미국 보수진영의 논리는 조시 부시 행정부로 하여금 자유와 정의를

내세우며 미국의 국익에 저항하는 세력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폭력을

정당화하는 이른바 "무정부적 제국"으로 변해 버리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9.11 사태로 인한 미국인들의 '슬픔과 공포'를 악용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으며 미국과 세계와의 관계를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단순화 시켜버린 것이다.

 

 

국민정서를 조작한 부시 행정부는 미국의 편에 서 있지 않은 미국인과

국제사회를 '잠재적 테러범'으로 간주했다. 국내적으로는

'애국법'(패트리엇 액트)이라는 악법을 만들어 이주민과 유학생들을

감시.조사하는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고, 국제적으로는 역사상 전례없는

'국토방위군'을 편성해 전세계 미군기지에 배치시킴으로써 사실상 지구

전체를 미국의 국토로 간주하려는 신제국주의적 전력을 수립했던 것이다.

 

 

부시 행정부의 이런 정책은 슬픔과 공포라는 인간의 보편적 감정은 물론이고

애국이라는 언어조차 본래의 의미와는 전혀 다르게 권력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늘날 이라크를 비롯해 세계 곳곳의

미군기지에서 자행되고 있는 고문과 학대등의 비인간적 폭력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미국의 필리핀 점령 과정에서 가해진 폭력의 재연과 같은 것이다.

 

 

미국인들이 이라크 포로 학대에 경악하면서도 여전히 이라크 전쟁을 주도한

부시 행정부를 지지하는 것은(이젠 지지의 대세가 기울었지만) 슬픔과 공포의

정서를 악용하는 지식과 권력의 공모에서 비롯된 것이라 아니할수 없다.

 

 

미국인들은 '미국의 예외주의'에 대해 이제 더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건전한 시민들이 미 행정부의 부도덕한 행동을 비판하고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부시행정부를 지지하는 것은 오늘날 미국의 도덕성이 처한

최대의 위기다. 일방주의적 세계화를 추구하는 미국의 오만함을 볼 때마다

점령과 비도덕과 폭력으로 점철된 로마 제국 패망이 연상되는것는 나만의

느낌일까? 

미국의 제국적 오만에 연민을 느낀다.

 

200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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