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기에 섰다.
방출하는 온천수가 폭포수 마냥 시원하다.
늘 하던 대로 눈이 밑으로 깔리는 순간,
어, 이게 뭐지?
소변기 바닥에 허우적거리는 물체 하나.
거미다.
청소년쯤 되어 보이는 거미가 필사의 탈출을 시도한다.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지고....
뜨끈한 오줌을 피해 빙빙 돌다 꼬꾸라진다.
나는 나대로 요리저리 거미를 피해 중단할 수 없는 용무를 마쳤다.
느닷없는 폭탄샤워에 까무러치기라도 한 것일까.
거동이 시원찮다.
미안스러운 마음에 두루마리 화장지 두 마디를 떼어 내어 거미 앞에 내밀었다.
머뭇거리다 조심조심 화장지 위로 올라탄 고놈,
사무실 앞 화단으로 떨궈줬더니 인사도 안하고 줄행랑이다.
옆에서 지켜보던 장미가 끼득거리며 웃는다.
그 미소 너무 고아 나도 따라 웃었다. ^し^
2006.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