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가르며 내달리는 애마의 눈빛에 조급증이 어린다. 조수석에 앉은 아내의 무릅에 얹힌 손바닥만한 담요는 자기가 무슨 용도로 쓰여지기 위함인지를 두고 헷갈리는 듯 두사람을 번갈아 쳐다본다. 아내 친구들이 추천한 그 야하다는 영화를 보러 바닷가 자동차 극장으로 내빼는 두사람의 설레임은 단순하다. 담요 하나를 두고서도 한사람은 추위를 떨구기위한 용도로, 다른 사람은 카섹스를 은폐하기 위한 덮게 포로..
도시를 빠져나와 창자같은 터널을 뚫고 한 숨에 내달으니 그림 좋은 정자바닷가가 하얗게 눈에 들어왔다. 겨울파도의 울음소리가 낮게 깔린 자갈밭엔 순결을 상징하는양 하얀 광목 대형스크린이 반갑지 않게 떡하니 버티어 서 있고, 그 앞 공터엔 여남은개의 승용차들이 회심의 미등을 켠채 자기 자리가 젤 명당자리일거라 확신하며 의미있는 심호흡을 하고 있다. (여기서, 아내가 보는 명당은 스크린이 잘 보이는 자리이지만 내가 바라는 명당은 양쪽에 차가 없고 침침한 곳임에 틀림없으렸다. ^ ^) 나는 속보이기 싫어 아내가 원할거 같은 명당자리를 택했다. 스크린이 통채로 눈에 들어오는 제일 앞 중앙.. 주파수를 맞추고는 주변 차들을 훑어보니 차안에서 어스름한 물체들의 움직임이 보이긴 보인다. (내차는 선팅을 진하게 해서 괜찮을거야..ㅋㅋ)
드디어 개봉되는 "쌍.화.점 " 화면이 열리자마자 핏튀기는 무술극에 실망을 갖는 것도 잠시.. 왕(주진모)과 호위총관(조인성)과의 동성애신이 감미롭게 파도를 타고 점차 호위총관과 왕후((송지효)와의 적나라한 섹스신이 불을 뿜어낸다. 이쯤에서 난 담요를 쳐다봤다. (이걸 쓸 때가 되지않았나?) 그리고 창 밖 다른 차들의 동태도 살펴봤다.(저들도 할까?) 히타를 튼 탓인지 두사람의 몸에서 뿜는 열기때문인지 담요는 더이상 아내의 눈치를 살필 필요가 없어졌다.
양 옆, 그리고 뒤쪽의 차들도 왠지 영화는 안보고 미뤘던 숙제에 열중하는 듯 들썩여보인다. 영화속에 빠지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욕정의 늪으로 자빠지는 아나키스트의 뜨거운 입김은 계속 마주침없는 허공만 헤메이다 서늘한 유리창에 달라붙는다.
내가 이정도로 달아있으면 내 옆지기도 분명 색다른 경험을 기대하고 있으리란 희망에 은그슬쩍 작업을 시작해봤다. 그런데 웬걸... 조수석 등받이를 철퍼덕 눕이는 순간, "안돼, 뒤에서 다 봐. 화면 조명으로 다 보여.." 라며 내 손을 가로막는다. "뭐 어때? 쟤들도 다 해. 그리고 우리차는 선팅 때문에 밖에서 안보여" 침흘려가며 애걸해도 허리끈은 느슨할줄모른다. 남푠이 절대흥분인데도 적선에 인색한 울 마누라.. 정말 치사빤스 얄미운 뇬이다 (씩씩..^ ^)
점점 베드신의 수위는 높아만가고 질퍽한 식스나인까지 연출하며 나를 뇌살시는데 아내는 알수없는 심호흡하며 도만 닦는다. 다시한번 시도했다. 슬그머니... 여전히 꽝이다. (담요같이 구겨지는 이 자좃심..) 집에가서 하자는 말이 영 달갑지 않아 한마디 쏘았다. "담요 있잖아" "그래도 뒤에서 다보여" .... 휴~ 특식 먹긴 다 틀린것같은 느낌.. 하는수 없이 꿩(닭)을 먹기로 했다.
정성들여 아내의 꽃잎과 대화를 시작했다.(이건 완죤히 봉사수준..) 나의 공략이 주효했던지 G선상의 아리아(?)와의 만남에서, 나의 발칙한 인사에 철옹성 같던 꽃송이가 자지러지듯 미완성 교향곡을 토해낸다. 달빛에 익은 뜨끈한 파도가 차안으로 들어왔다. 나 또한 오감이 감전된 상태...
눈치없는 달이 쌍심지를 켜고 한참을 훔쳐보고 나서야 스크린과 차안의 온도가 멈췄다. 아내의 느낌을 받아 먹는 대리만족이 잦아들때쯤, 영화속의 주인공 왕과 호위총관도 서로가 겨눈 애증의 칼침을 주고 받고 쓰러져가고 사랑스런 나에 꽃잎도 잔잔한 물결로 평화를 되찾았다. 손가락이 부러운 배고픈 나의 줄기만이 독야청청이다. 쓸모없어진 담요는 여전히 멍청하다.
2009. 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