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언어

최 현 숙

신아나키스트 2009. 10. 15. 20:34

 

최. 현. 숙

언제부터인가 나의 아름다운 영역으로 편입된 여자..

그녀는 나 보다 나이가 많다. (57년생)

얼굴도 끔찍이 이쁘다.

내가 그녀를 좋아하게 된 건 내가 선호하는 연상의 여인이라거나,

언어가 있는 미모 때문은 아니다.

그녀는 내가 가질 수 없는 열정과 용기, 그리고 꺼지지 않은 행동하는

양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녀의 내면이 아무리 이뻐도 난 최현숙을 인간적으로만 사랑할 뿐

한 남자로서의 사랑은 불가능하다.

그녀는 커밍아웃한 동성애자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정치인' 커밍아웃 레즈비언이 그 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그녀는 20년 전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연합에

몸담으면서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운동을 하다 5년 전 남편과 이혼하고

커밍아웃 한 뒤 작년 4월 총선 때 한국정치 1번지 종로에서 모 정당 후보로

당당히 출사표를 던졌었다.

그 때 "대한민국이여 커밍아웃하라!"가 그가 내건 구호었는데,

독선과 거짓으로 얼룩진 대한민국 정치를 커밍아웃 시키겠다는 그의 포부는

당당하다 못해 너무 아름답게 비쳐졌다.

 

현재 사랑하는 파트너가 있지만 동거할 생각은 없다는 그녀는

"내가 누구를 사랑할지 성별에 구애를 받지 않을 권리를 위해서 싸운다." ...

"권력을 가진 집단들이 자기네들의 율법해석을 가지고 '정상'과 '비정상'을

가린다"며 성적 지향등 차별금지법 개정을 위해 오늘도 성적소수자의 존재를

가시화하고자 뜨거운 심장을 작동시키고 있다.

2008년 무지개 인권상 수상소감에서

"독한 오르가슴은 가파른 절벽을 기어코 오르는 자들만의 것" 이라는 그녀의

일갈은 이성애자인 내가 들어도 속시원한 울림이다.

 

종로에서의 향기로운 1130표...

생각보다 선전한 그녀의 독한 오르가슴을 가까이서 맡고 싶다.

광풍과 어둠이 짙게 드리워진 2009' 한국...

그녀와 술 마시고 싶은 이유는 충분하다.

그녀의 거침없는 가슴을 본뜨는 것만으로도 난 이미 술 마신거나

마찬가지지만 내 영혼의 그릇은 여전히 딸그락거린다.

고프다..

 

 

2009.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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