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스물여섯해 가을이였지.
스무살의 뽀송뽀송한 새내기 여학생을 파트너로 데리구 졸업생 환송
카니발에 갔었던거야. 대낮부터 나이트클럽에서 술마시고 춤추고
뻔한 게임하고...
아무튼 그러그러 했던 시간들을 요리 저리 보내고 나서
나의 파트너랑 나는 어데론지 말없이 걷고 있었던거야.
한참을 걸었을까? 우리가 들어선 곳은 내가 자취하는 두평남짓한
허름한 방이었어.
부억의 곤로엔 큰 냄비(한번 밥을하면 일주일을 먹었씀)가
얹어 있고 방에 들어서면 작은 침대 하나에 책상하나 달랑 놓여있는
그런 을씨년스런 방.
내 방에 여자를 데리고 온 건 그때가 첨인지라 사실 무엇을 해야할 지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할 지 모르겠드라고.
기껏 생각해낸것이 내가 군 복무시절에 후임해병(음악다방 DJ출신)한테 배운
퀴즈문제가 생각나드라. ( 되게 궁색했던가벼..ㅎ)
야. 경희야! 우리 게임할까?
"응. 어떤게임? "
어. 재미있는 게임이 있는데 문제의 답이 나오면 너가 선택만하면 되는거야.
할래?
(한참 생각하더니만)
"응. 할래"
그럼 내가 문제를 낼께에~
그리고는 종이에다 이렇게 썼다.
" I Like Classic"
0123 4567890
'나는 클래식음악을 좋아합니다 ....
여기서 숫자 세개를 꺼꾸로 연결해서 아무거나 말해봐'
그랬더니 그 아가씨는 한참을 생각한 후 7 6 5 을 선택했다.
"그럼 이 문제를 푸는 공식을 말해줄께에"
'네가 선택한 765 숫자의 역숫자 즉, 567을 765에서 빼.(765-567=198)
그리고 다시 답이 나온 숫자의 역숫자를 더해. (198+891=1089)
그러고나서 그 답에 다시 2를 곱해. (1089×2=2178)
그러면 어떤 숫자가 나올꺼야.(2178)
그 숫자를 위의 I Like Classic 에 대입하면 어떤 낱말이 나오는데
그것이 답이야. 그것을 내한테 줄래. 아니면 받을래?
역시 한참을 생각하고는 "받을께"하고는 의기양양하게 대답한다.
그녀는 바로 문제풀기에 들어갔다.
(자기 딴에는 받는거니까 믿져야 본전이라 생각했던 모양..)
문제 풀이는 이러했다.
7 6 5 - 5 6 7 = 1 9 8
1 9 8 + 8 9 1 = 1089
1 0 8 9 × 2 = 2178
" 어. 2178 이 나왔네. 이게 무슨 낱말일까. 경희야 2178을
아일라익클레식에 대입시켜봐 그러면 어떤 답이 나올꺼야'
I Like Classic
0123 4567890
2 → K
1 → i
7 → s
8 → s
(여기서 위의 글자하나하나를 손으로 덮으면서 문제를 푼다. 미리 눈치못채게..)
"자, 네글자가 나왔네. 이게 뭘까?(손바닥으로 덮여있슴)
너 이거 분명 받는다 했다.응?" (다시한번 다짐)
"알았어. 뭐가 나왔어?"
(이때 덮었던 손을 뗀다)
케이. 아이. 에스. 에스. [ " Kiss " ]
헉!
이 대목에서 그 아가씨 놀래 자빠진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좋은지
싱글벌글이라니... ^ ^)
눈이 마주쳤다.
두 청춘남녀의 눈에서 광채가 난다.
지남철 같은 끌림에 확실한 명분을 축적한 남자와 여자는 말이 필요없는 분위기에
이끌려 황홀한 여행에 돌입한 태세를 갖춘다.
침대에 앉아있는 그녀는 내 입술이 다가가자 살며시 눈을 감는다.
스무살 동정녀의 떨리는 입술에 굶주린 늑대의 입술이 포개진다.
난생 처음 해보는 첫 키스의 맛은 한마디로 달콤짭짤 짜릿이다.
영화속의 주인공들보다 더 진하게 더 깊이 더 뜨거웁게 서로의 입술과 혀를
비비꼬았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도 싶었지만 내 머리속에서 "안돼! 안돼! 그것만은 안돼!"
"절대 안돼, 참어!" 라는 주문이 메아리친다.
몸은 달을 대로 달아 주체하기 힘들었지만 아름다운 첫 키스의 추억과
내 파트너의 영혼에 상처를 주기 않기 위해서 참기로 하고 첫 키스의
달콤한 추억만을 이쁘게 포장했뒀다.
나는 늑대였다.
키스를 할려고 의도적으로 그 문제를 낸것이다.
영을 뺀, 그 어떤숫자를 선택해도 (뒤로부터 연결해서 세자리 수)
(543. 987.654.432.876 ......)끝의 답은 항상 한가지만 나오게 되어 있다.
처음의 선택된 수를 다시 역으로 연결해서 빼면 항상 답은 198 이 나온다.
그러고나서 다시 그 역숫자를 더하고, 다시 2를 곱하면 영락없이 "2178"이
나오겠끔 되어 있다.
그래서 이 문제에 접근하면 무조건 "Kiss"라는 한가지 답에 도달하게 되는것이다.
내 파트너는 그것도 모르고 상큼응큼한 퀴즈의 덧에 걸려 키스를당하게 된것이구. .ㅎㅎ
(물론 그녀도 속으로 원하는 바였겠지만..)
그로부터 20여년 세월이 흐른 지금 곰곰히 생각에 잠겨본다.
그 때 그 달콤한 키스가 없었다면 나의 운명은 어디로 튀었을까?
경희라는 그 아가씨는 지금 내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 에델바이스가 되었고
그 늑대는 아나키스트가 되어 보름달만 되면 달님에게 키스를 하려고
지금도 우 ~ 우 거리곤한다.
우~~우 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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