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언어

어머님

신아나키스트 2009. 9. 14. 20:36

 

나에겐 어머니 한 분과, 어머님 두 분이 계시다.


어머니는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분이시고, 어머님 한 분은 장모님이시며,


또 한 분의 어머님은 내가 자청해서 맺은 수양어머님이시다.


어느새 70대 중반으로 접어든 그 분(수양어머니)은 군수의 아내로 풍요롭게


지내면서도 아이를 낳지 못해 속을 태우다 결국, 씨받이를 통해서야 두딸을


얻을 수 있었다.


큰 딸은 나와 동갑네기고, 둘째는 내보다 3년 후배다.


큰 딸 정희는 시집가서 일본에서 잘 살고 있고, 작은 딸 진희는 시집간 지 석 달 만에


이혼해서, 지금은 제주에서 어머님을 모시고 산다.


사춘기땐 두딸 모두 나를 좋아했지만 지금은 오누이와 같은 사이다.


내 동생이 중학교 때 장학금을 받을 수 있게끔 도와주셨던 고마운 인연으로


고3 때 부터 어머님께 인사를 드렸고, 군에 있을 때도 어머님께 편지를 자주 보냈었다.


제대후에 찾아 뵙고 어머님께 아들이 되겠노라고 머리를 조아렸다.


어머님은 너무 고마워서 눈물로 답을 해 주셨다.


명문가 종가집에 시집와 아들을 못낳자,남편은 군청 여직원과 살림은 차리고


집을 나간지라 무척이나 힘들어 하셨던 때다.


고 육영수 여사 만큼이나 고우시고 지성이셨던 그분께서 작녁에 뇌수막염으로


쓰러지셨다.


작년, 연세의료원 회복실을 찾았을때, 신체와 언어장애를 보이신 어머님은 내 손을 잡고


하염없이 눈물만 쏟아 내셨다, 불효자인 이놈의 눈에서도 그렁그렁 뜨거움이 맺힌다.


지금은 고향 제주집으로 내려가 막내딸이랑 둘이서 물리치료하며 쓸쓸한 말년을


보내고 계신 어머님 !


그 어머님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고, 아들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내 아이들을 친 손주같이, 내 아내를 며누리같이 아껴 주셨던 그 분이


오늘은 더 더욱 생각난다.


이시간 즈음  제주해협을 지나는 사나운 태풍 소델로가 당신의 적적한 가슴을


뒤흔들지나 않았슴 좋으련만...


참 고우시고 인자하신 나의 어머님 !


"부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오늘은 당신께 어머니라 부르고 싶습니다.


어머니 ! !

 

 

2003.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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