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언어

바다 스케치

신아나키스트 2009. 9. 14. 20:42

 

해운대 바닷가 숙소의 커텐을 시워스럽게 열어 젖혔다.

수평선 끝자락에 펼쳐진 흐린한 섬들이 보일듯 잡힐듯이

특별한 추파를 던진다.

저 섬들이 평소에도 있었던가?

소금끼마저 걸러 진 듯한 해맑은 동해남부 바닷가 풍경은

한폭의 그림 이상으로 나의 가슴을 씻기며 땡기운다.

배율높은 러시안산 쌍안경으로 수평선 너머의 이름모를 섬을

벗겨봤다.

선명하게 드리워진 저 섬!

저건 분명히 일본땅 대마도렷다!

말로만 듣던 대마도를 한눈에 퍼 버렷다.

고층 아파트인지 아님, 등대인지 모를 하얀 건축물이

또렷하게 내 눈에 잡힌다.

어림잡아 수십 킬로의 거리...

수영복 갈아 입고 저 미지의 섬을 건너가고 싶은 충동이

막 일다 만다.

조오련이가 13시간 걸려서 현해탄을 건넜다는 저섬.

내가 뛰어 들면 스무시간은 더 걸릴 듯 싶다.

배고픈건 견딜 수 있는데 난 지방질이 많지 않아 불가능할꺼야...

이 처럼 화창한 날, 난 오늘 닷새째로 접어든 휴가를 보석같이 다르고

있다.

소주 두병에 조개구이 를 섞어 마시고, 돌아오다 블랙러시안 한 잔씩을

나의 영원한 애인이랑 러브쌋했다.

첫날,26일은 남해의 수려한 해안선을 드라이브하며 보냈고,

다음날은 통영에서 보냈다.

셋째날은 창원 오리네 집에 들러, 오리 남편이랑 마산 가포 바닷가

전망 이쁜데 가서 장어구이에 소주를 말아 먹다 돌아왔구...

젊고 멋있고, 가슴 넓은 오리의 남편이랑 오리집 근처 포장마차에서

한잔 하는 중에, 어느새 오리가 친구들을 불렀는지,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메밀꽃송이랑 무한자유가 찾아 줬다.

마음마냥 투명한 소줏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 노래방으로 옮겨 목가지

를 찢기며 맘꺼 웃었다.

다음날, 하동에서 저녁놀이 나를 보려 창원으로 온다는 전화가 왔다.

오후 2시경 오리랑 놀이,나,아내랑 팥빙스에 우정섞다, 오리랑은

헤어지고 놀이를 태우고 부산 해운대로 향했다.

이번 휴가도 예년 못지 않게 나름대로 테마가 있었던거 같다.

그 중에서도 오리네 가족이랑 보냈던 짧은 시간은 나름대로

나의 추억앨범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을 만큼 따듯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카페문화를 오리 부부가 건강하게

공유하고 유지하며, 서로를 보듬어 주고 있다는 것이 퍽이나

인상스럽고 보기 좋았다.

난, 소띠라는 카페를 보고 막연하게 왔지만, 요즘은 아름다운 좋은 친구

들 땜에 이방의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어서 참 좋다.

서정적이고, 인간적이며, 아름다움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둔

이방에 애정을 두게 된 것에 다시한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우리 나이에 걸맞는 건강성과 성숙함으로 상식을 거스리지 않은 공간과

인연들이 계속이어지길 바라고 싶기도 하다.

수영장에서 입이 파래지도록 놀다가 지친 아이들이 지금에야 새근새근

잠속에 빠져들었다.

착한 아내 역시 그 옆에서 이쁘게 자고 있네..

참, 낮에 쌍안경으로 대마도를 보다, 옆 파라다이스호텔 야외 수영장을

잠깐 훔쳐봤는데, 침이 꼴깍이더라.

일광욕을 즐기는 국내,외 아가씨들의 늘씬한 몸매가 내눈에 다 포착된거

있지.....

본의 아니게 오늘은 대마도도 보고 디져트도 즐겼지 뭐냐...

나 참 응큼한 한심이다 그치 ?

 

200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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