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가 너무 잘 돼서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는 노래방이 있다는
아내의 말을 들었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그 이유를 물어보니 답은 간단했다.
그 노래방에선 일체의 도우미를 안쓴다는것.
연일 여자 손님들과 가족단위 손님들이 입소문타고 몰려들어
차례를 기다려야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장사가 잘 된다는 것이다.
대다수 중년 남성들이 노래방을 찾으면 의례히 삐삐아줌마를 찾는
현실이고보면 소수의 수요자를 겨냥한 정공법에 고개가 끄떡여지는 대목이다.
엇그제는 나도 친구들따라 가요주점이란델 갔었다.
어김없이 도우미 다섯명이 우르르 쏠려왔다.
아가씨들이 자리에 앉자마자 친구 한명이 장난스럽게 하는 말이 걸짝이다.
"위에것 벗으면 오만원 넣고, 밑에거 벗으면 십만원 꽂아줄께"...
옆에 앉은 아가씨가 나한테 "무슨뜻이예요"물으니
"아~ 저거 그냥 농담하는 얘기니까 신경쓰지마" 하니, "깜짝 놀랐잖아요. 휴~우 " ...
나도 얼굴이 화끈이다.
한참 동안 폭탄주와 가무를 번갈아 즐기다 이번엔 또 다른 친구가 한마디 터트린다.
" 너희들 다 나와봐 ! "
영문도 모른채 쪼르르 앞에 나가 일렬도 선 도우미들한테
"자 ~ 이젠 한명씩 차례로 인사들 해봐" 한다.
(여기서의 인사는 윗옷을 올려 가슴을 보이거나 치마를 내리라 하는 주문일듯..)
아가씨들이 대충 무슨뜻인줄 알면서도 쥬삣 쥬삣 서로를 보며 어쩔줄 몰라한다.
그 중 한명이 조심스럽게 "저희들 그런 여자 아네요" 하며 쪼그라드는
모습이 서글프다.
참다못해 내가 나섰다.
"아가씨들 얼굴 보고 싶어서 나오라고 했던 거 같아. 이쁜 얼굴 잘 보았으니까
이제 들어가" 하니까..
평소 점잖던 친구 한명이 " 야! 너희들 다 나가! "
"뭐 이딴 것들이 다있어! 건방진 ... 씩씩 ~~ ..."
일행들 얼굴을 돌아보니 모두 뽀투릉 불만투성들이다.
아가씨들이 써비스 질(?)에 대한 불만과, 나의 잘난척 하는 듯한 돌출 배려에
따가운 눈총들이 쏟아진다.
히히덕 거리던 일행들의 얼굴은 금새 나무토막 같이 굳어졌다.
이것이 우리들의 얼굴이다.
언제부터인가 중년 남성들의 초상은 이렇듯 향기를 잃어가고 있다.
삼겹살에 소주를 들이키거나, 생맥주를 마시거나
이차 또는 삼차엔 어김없이 노래방으로 씩씩하게 행진한다.
그리고는 남자들끼리 대화하는 법이 없다.
기계적으로 도우미를 부르고 업소 교과서를 뒤져댄다.
차이가 있다면 2만원짜리냐 3만원짜리 도우미냐 일 뿐..
시대가 낳은 거대 담론이 사라져버려서일까?
남자들끼리의 맛있고 역동적인 대화가 실종된지는 이미 오래고
밤의 문화는 점점 시시해져만 간다.(나만의 생각)
자기들 아내가 호스트빠에서 삶에 찌들린 회포를 풀어도 좋다는
균형잡힌 남성들이 도우미를 부르고 화끈깔끔하게 노는거라면 딴지 걸고
싶지도 않고, 도우미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도 동의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천편일률적인 발걸음과 거기서 피어나는 원초적 상상력과 행동들이
향기롭지 않다는 것이다.
여성학자 오한숙희님의 베스트셀러에 나오는 것처럼,
사십대 남성들도 스트레스를 수다나 정나눔으로 풀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담에 노래방 가면 내 18번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불러야지 // ^ ^*
2007.6.30